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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초임계유체를 고찰해야 하는가

    공정 설계 실무에서 유체는 통상적으로 액상(Liquid) 또는 기상(Vapor)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취급합니다.

     

    그러나 임계점 근처 또는 초임계 조건에서는 이 구분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설계 기준 선택에 대한 판단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PSV(Pressure Safety Valve) 분출량(Relieving Rate) 설계에서는 “이 유체를 액상으로 볼 것인가, 기상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이 안전 설계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본 글에서는 초임계유체의 개념을 복기한 뒤, PSV 분출량 산정이라는 실무 사례를 통해 초임계유체의 상 가정을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2. 임계점과 초임계유체의 물성적 의미

    2.1 임계점에서 발생하는 변화

    임계점(Critical Point)에 도달하면 다음 현상이 동시에 발생합니다.

    • 액체와 기체의 밀도 차이 소멸
    • 상 경계면 소멸
    • 계면장력 → 0

    즉, 상(相)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상태가 됩니다.

     

    2.2 초임계유체의 정의

    초임계유체(Supercritical Fluid)는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 상태입니다.

     

    $$ T > T_c \quad \text{and} \quad P > P_c $$

    • T : 유체의 온도
    • Tc : 임계온도 (Critical Temperature)
    • P : 유체의 압력
    • Pc : 임계압력 (Critical Pressure)

    이 영역의 유체는:

    • 기체 수준의 확산성,
    • 액체 수준의 용해력을 동시에 가지며, 기상·액상 중 어느 하나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 모호함이 바로 PSV 설계에서의 문제를 야기합니다.

     

    3. 실무 사례 제시: PSV 분출량 설계 상황

    3.1 문제 설정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 보호 대상 설비: 고압 반응기 또는 Separator
    • 내부 유체: CO₂
    • 정상 운전 조건:
      • 온도 > 임계온도 (31.1 ℃ 초과)
      • 압력 > 임계압력 (7.38 MPa 초과)

    즉, 유체는 명백히 초임계 상태에 있습니다.

    이때 PSV 분출량 산정을 위해 반드시 결정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유체를
    ① 기상 분출로 볼 것인가?
    ② 액상 분출로 볼 것인가?

     

     

     

    4. PSV 설계 관점에서의 상 가정 고찰

    4.1 기상으로 가정할 경우

    PSV 분출식을 기상 기준(API 520 Gas/Vapor)으로 적용하면:

    • 밀도 낮음
    • 음속 기반 초크드 플로우(choked flow) 가정
    • 상대적으로 큰 체적유량 산정

    📌 문제점

    • 초임계유체는 이상기체 거동을 따르지 않음
    • 실제 밀도는 기상 가정보다 훨씬 큼
      과도하게 보수적인 PSV 사이즈 산정 가능성

    4.2 액상으로 가정할 경우

    액상 분출(API 520 Liquid)로 계산하면:

    • 비압축성 가정
    • 유량은 밀도 기반으로 비교적 작게 산정

    📌 문제점

    • 초임계유체는 실제로 압축성이 매우 큼
    • 압력 강하 시 급격한 밀도 감소 및 플래싱 가능
      분출량 과소평가 위험

     

    5. 핵심 고찰: “상”이 아니라 “거동”을 봐야 한다

    초임계유체의 PSV 설계에서 중요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액상인가, 기상인가를 단정하려는 접근
    ✅ 분출 과정 중 유체 거동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분석하는 접근

     

    5.1 분출 과정에서의 실제 현상

    PSV가 개방되면:

    1. 고압 → 저압으로 급격한 압력 강하
    2. 임계점 통과 가능성 매우 큼
    3. 초임계 → 2상 혼합 또는 기상 전이 발생

    즉, PSV 오리피스 통과 중 또는 직후에 상 변화가 발생합니다.

     

    5.2 실무적으로 권장되는 접근 방향

    • 임계점 근처 또는 초임계 조건 유체
      Homogeneous Equilibrium Model (HEM) 또는
      2-Phase Flow 보수 가정 적용

    API 520/521에서도:

    • 임계 조건 근처 유체는 단순 기상·액상 분류가 부적절
    • 보수적 가정과 엔지니어 판단 병행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6. 공정엔지니어 관점에서의 설계 판단 기준

    초임계유체 PSV 설계 시 고려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Relieving Scenario에서의 압력·온도 경로
    2. 임계점 통과 여부
    3. 분출 중 밀도 변화율
    4. 플래싱 및 2상 발생 가능성
    5. Downstream 설비(Flare, Vent) 영향

    즉, “현재 상태의 상”이 아니라 “분출 중 경로(Path)”가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7. 결론: 초임계유체에 대한 진정한 고찰이란

    초임계유체는 기체도 아니고, 액체도 아닌 “열역학적 경계 상태”입니다.

     

    따라서 PSV 분출량 설계에서:

    • 액상/기상 중 하나를 기계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며,
    • 유체 거동의 연속적인 변화를 고려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초임계유체에 대한 고찰이란, 공식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 이해 수준을 시험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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