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는 도면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엔지니어들은 곧바로 PFD를 그리고, 장비를 선정하고, 배관 사이즈를 계산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무엇을 기준으로 설계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입니다. 앞선 과정에서 우리는 하나씩 질문에 답해 왔습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얼마나 만들 것인가?원료는 어떤 조건으로 들어오는가?제품은 어떤 조건으로 나가는가?공장은 하루에 몇 시간 운전하는가?정상 운전 조건은 무엇인가?설비는 어느 압력과 온도를 견뎌야 하는가?어떤 Utility를 사용할 것인가?어떤 재질을 사용할 것인가?어떤 Code와 Standard를 적용할 것인가?각 질문에 대한 답이 따로 존재한다면 아직 설계의 기준이 완성된 것은 아닙..
설계자는 마음대로 설계하지 않는다 앞선 글에서 우리는 설계에 필요한 여러 조건을 하나씩 정했습니다. 공장에서는 어떤 원료를 사용할 것인지 결정했고, 얼마나 생산할 것인지 정했으며, 몇 시간 동안 운전할 것인지 결정했습니다. 운전온도와 운전압력도 정했습니다. 그리고 설비가 견뎌야 할 Design Pressure와 Design Temperature를 결정했고, 어떤 재질로 설비를 제작할 것인지 Material of Construction까지 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그런데 이 설계가 정말 맞다는 것은 어떻게 증명하지?” 예를 들어 어떤 배관의 두께를 계산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엔지니어가 계산해 보니 3.2 mm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3.2 mm 두께의 배관을 사용하면 되는 것일..
맥주 공장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앞선 과정에서 이 공장이 무엇을 만들 것인지 정했고, 하루에 얼마나 생산할지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공장을 몇 시간 동안 운전할지, 정상적으로 운전할 때 어느 정도의 압력과 온도를 사용할지도 정했습니다. 이제 엔지니어에게 또 하나의 질문이 들어옵니다.“그런데 설비가 꼭 정상 운전조건까지만 견디면 되는 것 아닌가요?” 얼핏 보면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예를 들어 어떤 배관의 정상 운전조건이 8 barg, 40℃라고 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배관도 8 barg, 40℃를 견디도록 설계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플랜트 설계에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하지 않습니다. 공장은 항상 정상적인 상황에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밸브가 닫힐 수도 있고, 유체가 갇힐 수도..
앞선 글에서 우리는 공장의 설계 용량을 결정했습니다. “하루에 맥주 100톤을 생산한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또 하나의 질문이 필요합니다. 그 100톤을 어떤 조건에서 생산할 것인가? 공정을 설계한다고 해서 단순히 물질의 흐름과 장비의 종류만 정하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유체라도 20℃에서 운전하는지, 80℃에서 운전하는지에 따라 밀도와 점도, 증기압이 달라집니다. 압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 barg에서 운전하는 것과 10 barg에서 운전하는 것은 단순히 압력계의 숫자가 달라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배관의 크기와 두께, 장비의 설계압력, 펌프의 NPSH, 압축기의 요구 동력, 안전밸브 설정, 플랜지 등급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설계자는 공정의 각 지점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질문을 ..
앞선 Part 20에서는 Design Capacity를 결정했습니다. Beer to Zero Project의 목표 생산량은 하루 100톤입니다. 그러자 한 가지 질문이 남았습니다.“그런데 이 공장은 하루에 몇 시간이나 운전합니까?” 처음 들으면 너무 단순한 질문처럼 보입니다. “공장이니까 당연히 24시간 돌리는 것 아닌가?” 하지만 실제 플랜트 설계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공장이 24시간 운전한다고 해서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생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하고, 설비 점검을 위해 공장을 멈춰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공정 특성에 따라 Startup과 Shutdown에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고, Batch 공정이라면 생산과 생산 사이에 세척이나 준비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계약서에도 서명했고, 프로젝트의 Scope도 정했습니다. 비용과 일정도 어느 정도 확정되었습니다. 이제 엔지니어링 팀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해 보입니다. “그럼 설계를 시작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막상 엔지니어들이 모여 앉으면 첫 번째 질문부터 막힙니다.“그래서 정확히 어떤 조건으로 설계하죠?” 생산량은 얼마인가?원료의 조성은 어떻게 되는가?제품의 품질은 어디까지 맞춰야 하는가?정상 운전 조건은 무엇인가?최대 운전 조건은?설비의 설계압력과 설계온도는?Utility는 어디까지 제공되는가?적용해야 할 Code와 Standard는 무엇인가?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정보 중 확정된 것은 무엇이고, 아직 가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이 질문에 답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