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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무알콜 맥주를 어디까지 만들 것인가 — Product Specification
21세기 따봉이 2026. 8. 26. 11:20목차
앞선 Part 2에서는 고객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정리했습니다. 고객의 요구는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기존 맥주의 맛과 풍미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알코올이 없는 무알콜 맥주를 생산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이 요구만 가지고는 아직 아무것도 설계할 수 없습니다.
- “무알콜”이 정확히 몇 % 인지,
- “기존 맥주와 비슷한 맛”은 어떤 기준인지,
- 탄산은 얼마나 들어가야 하는지,
- 색상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제품의 보관기간은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음 질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정확히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문서가 바로 Product Specification입니다.
1. User Requirement와 Product Specification은 무엇이 다른가?
프로젝트 초기에 가장 헷갈리기 쉬운 부분입니다.
User Requirement는 고객의 요구사항입니다.
반면 Product Specification은 그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해 만들어야 할 제품의 구체적인 기준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User Requirement | Product Specification |
| 의미 | 고객이 원하는 것 | 실제 만들어야 하는 제품의 기준 |
| 표현 | 맛있는 무알콜 맥주 | Alcohol ≤ 0.5% ABV |
| 관점 | Customer | Engineering / Production |
| 목적 | 프로젝트 방향 설정 | 설계 및 품질 기준 설정 |
예를 들어 고객이
“맥주다운 맛이 나는 무알콜 맥주를 만들어 주세요.”
라고 말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문장은 고객에게는 충분히 이해되는 요구입니다. 하지만 공정설계 엔지니어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문장입니다.
‘맥주다운 맛’이 무엇인지 정의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엔지니어는 이 요구를 다시 측정 가능한 항목으로 바꿔야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Alcohol Content
- Original Gravity
- Final Gravity
- pH
- Color
- Bitterness
- Carbonation
- Residual Sugar
- Flavor Profile
- Shelf Life
즉,
감성적인 고객의 요구를 측정 가능한 Engineering Parameter로 변환하는 것
이 Product Specification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 — 도대체 몇 %가 무알콜인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Specification 중 하나는 역시 Alcohol Content입니다.
우리는 프로젝트의 이름부터 Beer to Zero라고 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0.000% ABV를 목표로 해야 할까요? 여기서부터 생각보다 복잡해집니다.
국가와 규정에 따라 'non-alcoholic', 'alcohol-free' 등의 용어와 허용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TTB 규정에서는 0.5% ABV 미만인 맥아음료에 “non-alcoholic”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contains less than 0.5 percent alcohol by volume”이라는 표시가 함께 요구됩니다. 반면 “alcohol free”는 알코올이 없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 프로젝트의 목표 시장을 특정 국가로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우선 제품의 내부 설계 기준을 별도로 설정하도록 하겠습니다.
Beer to Zero Project – Alcohol Specification
Target Alcohol Content
ABV ≤ 0.05%
이렇게 설정하면 단순히 규제상의 '무알콜' 기준을 만족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프로젝트 이름인 Beer to Zero에 걸맞은 내부 목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법적 기준과 설계 목표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법적 기준이 0.5%라고 해서 설계 목표까지 0.5%로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공정에서는 항상 운전 편차와 분석 오차, 원료 편차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Engineering Approach에서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Regulatory Limit → Design Target → Operating Target
예를 들어, 규제 한계가 0.5%라면, 설계 목표를 0.05%로 설정하여 충분한 Margin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Margin 개념은 향후 공정설계와 품질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 그런데 알코올만 0에 가깝게 만들면 되는가?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합니다. 알코올을 제거했다고 해서 좋은 무알콜 맥주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알코올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맥주의 맛과 향이 함께 변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은 단순히 '취하게 만드는 물질'이 아닙니다.
맥주의 향미와 입안에서의 느낌, 휘발성 향기 성분의 거동 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무알콜 맥주를 설계할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필요합니다.
“알코올을 얼마나 낮출 것인가?”
뿐만 아니라,
“알코올을 낮추면서 맥주의 다른 특성을 얼마나 유지할 것인가?”
도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Product Specification에는 Alcohol Content 외에도 다양한 품질 항목이 들어갑니다.
4. Beer to Zero의 Product Specification을 만들어보자
이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가정하고 제품 사양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아직 공정설계를 시작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숫자를 확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향후 설계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품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Beer to Zero – Preliminary Product Specification
| Parameter | Target Specification | Remarks |
| Alcohol Content | ≤ 0.05% ABV | Project Design Target |
| Original Gravity | 10–12 °P | 일반적인 Lager 계열을 가정 |
| Final Gravity | 2–4 °P | 제품의 Body와 Sweetness 고려 |
| pH | 4.0–4.5 | 제품 안정성 및 관능 특성 고려 |
| Color | 4–8 EBC | Pale Lager 계열 가정 |
| Bitterness | 15–25 IBU | 과도한 쓴맛 방지 |
| Carbonation | 2.3–2.7 vol CO₂ | 청량감 확보 |
| Shelf Life | ≥ 6 months | 미개봉 제품 기준의 프로젝트 목표 |
| Appearance | Clear / Bright | 육안상 침전물 최소화 |
| Flavor | Beer-like / Clean | 이취 최소화 |
| Aroma | Hop & Malt Character | 기존 맥주 특성 유지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의 숫자 자체가 절대적인 정답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 제품의 스타일, 원료, 시장, 제조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Pale Lager 스타일의 무알콜 맥주를 가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Preliminary Specification으로 설정한 것입니다.
5. 숫자로 바꾸는 순간 공정설계가 시작된다
이 부분이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Product Specification은 단순한 품질관리 문서가 아닙니다.
이 숫자들이 향후 공정설계의 출발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탄산감이 좋은 무알콜 맥주를 만들어 주세요.”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이것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Product Specification에서
Carbonation = 2.3–2.7 vol CO₂
라고 정의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제부터는 이 숫자를 만족하기 위한 공정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 CO₂ Injection이 필요한가?
- Carbonation Tank가 필요한가?
- 온도는 얼마로 유지해야 하는가?
- CO₂ 공급압력은 얼마인가?
- Carbonation Time은 얼마나 필요한가?
- 최종 충전 시 CO₂ Loss는 어느 정도인가?
즉, Product Specification → Process Design Parameter로 연결됩니다.
6. Alcohol Specification은 공정 선택까지 바꾼다
더 중요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제품의 Alcohol Specification을
≤ 0.05% ABV
로 정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나옵니다.
“어떻게 0.05%까지 낮출 것인가?”
대표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방향입니다.
① 처음부터 알코올 생성을 최소화하는 방법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알코올 자체를 낮추는 접근입니다.
예를 들어,
- 효모 선택
- 발효 조건 제어
- 발효 온도
- 발효 시간
- 발효성 당 조성
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장점은 별도의 탈알코올 설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알코올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제한되면 일반 맥주와 동일한 맛과 향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② 일반 맥주와 유사하게 만든 후 알코올을 제거하는 방법
두 번째 접근은 반대입니다. 먼저 일반 맥주에 가까운 제품을 만든 뒤 후단에서 알코올을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탈알코올 기술로는
- Vacuum Distillation
- Membrane Separation
- Reverse Osmosis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제품의 최종 Alcohol Specification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항목까지 설계 변수로 연결됩니다.
- Feed Temperature
- Vacuum Pressure
- Separation Efficiency
- Membrane Flux
- Alcohol Removal Rate
- Flavor Loss
- Energy Consumption
즉, 제품 사양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향후 공정 선택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7. Product Specification에는 '품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합니다. 공장에서 실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품질뿐만 아니라 제품의 물성 및 운전 조건과 연결되는 정보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항목입니다.
Product Quality
- Alcohol Content
- pH
- Color
- Bitterness
- Flavor
- Aroma
Physical Properties
- Density
- Viscosity
- CO₂ Content
- Temperature
Stability
- Shelf Life
- Microbiological Stability
- Sedimentation
- Flavor Stability
이러한 데이터는 향후 Mass Balance → Heat Balance → Equipment Sizing → Utility Calculation → P&ID로 이어집니다. 결국 Product Specification은 공정설계의 첫 번째 입력값 중 하나가 됩니다.
8. 그리고 여기서 'Specification의 함정'이 등장한다
프로젝트에서 Specification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lcohol ≤ 0.01%
Color ±0.1 EBC
pH ±0.01
CO₂ ±0.01 vol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이런 요구를 만족하는 공장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용은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그 정도의 정밀도가 소비자에게 실제로 필요한 수준일까요?
여기서 중요한 Engineering Principle이 등장합니다.
Specification은 '가능한 가장 좋은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제품'이어야 합니다.
Specification이 너무 엄격하면
- 설비 투자비 증가
- 계측기 정밀도 증가
- 공정 제어 난이도 증가
- 원료 관리 비용 증가
- 품질관리 비용 증가
- 생산수율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느슨하게 설정하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Product Specification은 결국
Quality와 Cost 사이의 Engineering Optimization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9.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무알콜'이 아니다
프로젝트 초기에 고객은 우리에게 무알콜 맥주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Product Specification을 정의하고 나면 프로젝트의 목표가 조금 달라집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알코올이 없는 음료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Pale Lager의 외관과 청량감, 홉과 몰트의 기본적인 풍미를 유지하면서 Alcohol Content를 0.05% ABV 이하로 낮춘 제품.”
이제야 비로소 제품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순간부터 엔지니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집니다.
- 어떤 원료를 사용할 것인가?
- 어떤 발효 공정을 사용할 것인가?
- 알코올은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
- 어떤 설비가 필요한가?
- 어떤 에너지가 필요한가?
이 모든 질문의 출발점이 바로 Product Specification입니다.
10. Product Specification은 공장 설계의 '출발점'이다
프로젝트를 하나의 흐름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Customer Requirement
- User Requirement
- Product Specification
- Process Selection
- Process Design
- Equipment Design
- Plant Design
즉, Part 2에서 정의했던 User Requirement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
에 대한 답이었다면, 이번 Part 3의 Product Specification은
“그 요구를 만족하기 위해 실제로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에 대한 답입니다. 그리고 이 차이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고객의 말을 그대로 설계에 집어넣는 것이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고객의 요구를 측정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기술적 기준으로 변환하는 것이 엔지니어링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11. 다음 단계에서는 '얼마나 많이 만들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제 제품의 모습은 어느 정도 정의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장을 만들려면 아직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을 하루에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가?”
1일 10,000L를 생산하는 공장과 1일 100,000L를 생산하는 공장은 단순히 탱크 크기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
- 설비 규모
- 원료 사용량
- 냉각 부하
- Steam 사용량
- 전력
- 저장 용량
- 생산 인력
- CIP System
- 포장설비
- 폐수 발생량
모두 달라집니다. 따라서 다음 편에서는 제품 Specification을 바탕으로 “하루에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뤄보겠습니다.
Beer to Zero Project 연재 순서
PART 1. 프로젝트의 시작 — 고객의 요구를 정의하다
- Part 1. 고객사 요청 접수 - 프로젝트의 시작
- Part 2.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User Requirement 정의
- Part 3. 무알콜 맥주를 어디까지 만들 것인가 - Product Specification
- Part 4. 하루에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 - 생산능력 결정
- Part 5. 공장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 - Site & Utility 검토
- Part 6. 어떤 공정으로 알코올을 제거할 것인가 - Process Selection
- Part 7. 맥주에서 알코올을 어떻게 제거하는가 - Dealcoholization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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